yoonjae.work


A "house" where I casually drop in to play with my ideas. I refine, archive, and store them in various rooms within this virtual sp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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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om 1 — Memory
Room 2 — Architecture
Room 3 — Making

Casting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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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TING ROOM


드립 콘크리트
Concrete Drip Experiments




September 2020  —  캐스팅에 대한 갈증이 절정에 달했을 때쯤, 원없이 캐스팅을 할 수 있는 수업을 듣게 되었다. 수업 첫 주부터 당장 컨셉을 잡아오라는 교수의 말에, 다짜고짜 콘크리트나 섞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시중에 구하기 좋은 콘크리트 믹스는 퀵크리트, 록카이트였다. 퀵크리트는 이미 aggregate이 섞인 믹스라, 무언가 형태 만들기 연습에는 좀 한계가 있을 것 같아 보였다. 자갈들이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게 조금 거슬렸던 것 같다. 거친 표면보다는 매끄러운 표면을 선호하는 취향을 가진 터라 바로 록카이트를 사들고 실험하러 갔다.

록카이트가 좋은 게, 빨리 굳는다. 그래서 빠른 실행과 결과 확인의 순환률이 좋다. 내가 무엇을 만들지는 모르겠지만 “막” 실험하기 딱 좋은 재료라는 말이기도 했다. 머릿속에는 일단 이것저것 테스팅하다가 하나만 걸려라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좀 전략적이지 못한 어리석은 방법일 수도. 록카이트에 fine/medium/coarse sand, clay, ballast, concrete sand, cactus mix soil 등등 별별 것들을 넣어가며 테스트해봤다. 컵에 록카이트 담고, 모래 담고, 자갈 담고, 물 섞고, 쪼르륵 나무 몰드에다가 부어보고, 또 록카이트 담고, 모래 담고, 자갈 담고, 물 섞고, 쪼르륵 부어보고. 담고, 부어보고. 또 담고, 부어보고. 그러다 보니, 캐스팅 룸 책상 사방은 콘크리트를 붓다가 의도치 않게 떨어진 콘크리트 방울들의 흔적들로 채워지고 있었다.

말이 실험이지, 깊은 생각을 거쳐 시작된 실험이 아닌지라 나의 부족한 창의성에 질타를 하고 있던 순간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콘크리트를 담았던 컵을 바라보게 되었다. 컵 끝자락엔 고체인 듯 액체인 듯한 게 흘러내릴랑 말랑 하고 있었다. 그리고 톡 떨어지더이다. 떨어진 것을 보니, 동글동글한 게 형태가 참 귀여웠다. 콘크리트하면 brutalistic한 이미지가 강하게 연상되었는 데, 이 귀여운 아이는 뭐지 싶었다. 콘크리트가 떨어지는 그 과정에 흥미가 돋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믹스를 반복해서 섞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손과 눈이 안다. 지금 내가 막대기로 휘젓고 있는 이 콘크리트 믹스의 점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내가 원하는 동글동글한 귀여운 형태를 표현해내려면 어느 점성도에서 휘젓는 것을 멈추고 바로 밑으로 부어야하는 지를 말이다. 신체감각이 도와주니, 훨씬 다양하고 자유롭게 형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동글뱅이들끼리 서로 붙어있는 모습, 하나 위에 하나가 포개지는 모습, 독립적으로 딱 서있는 모습. 이런 모습들을 계속 만들어나가다보니, 어떤 모습은 바닥 같고, 천장 같고, 기둥 같고, 의자 같고, 벽 같고.

그렇게 나는 다음 수업 시간 때 말했다. [콘크리트 드립, 이게 제 프로젝트입니다.] 돌아온 답은 ‘진행시켜’. 그렇게 내 책상은 한 학기동안 별별 콘크리트 피스들이 가득해졌다. 자세한 프로젝트 설명은 Room 2에 걸어놓을 것이다.

프로젝트를 위해 시작한 실험인 콘크리트 드립, 요즘도 가끔 생각날 때 떨어뜨려보곤 하는데, 언젠가 1:1 스케일로 만들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듯 싶다. (내 작업환경을 탓하며 시도해보지도 않았지만..) 학교 프로젝트로 실험했던 재료와 실제 건축재료가 너무나도 다른 물성울 가지고 있기 때문에 책상에서 만들어내던 형태들을 구현시키긴 다소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풀어낼 수 있다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하겠거니 싶다.



”tinkering with the concept of time.”










Memory (the deliberate act of remembering) is a form of willed creation. It is not an effort to find out the way it really was- that is research. The point is to dwell on the way it appeared and why it appeared in that particular way. (Toni Morrison,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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